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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ept. IT 빅브라더와 담론

 

신영복 교수의 저술 중에 ‘담론’이라는 책이 있다. 담론이란 말을 가볍게 설명하면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담론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고, 상대가 없이는 불가능한 관계적 소통활동이다. 철학자 푸코는 ‘권력이 다르면 지식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담론은 기존 권력으로부터 탈출하는 노력이며, 권력에 의하여 생성된 기존의 지식체계를 깨 부수는 대중적 철학행위이다. 그러하니 기존권력에게 담론은 위험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정보기술 업계에서 큰 반향과 담론을 불러일으킨 애플의 1984년 슈퍼볼 광고를 보자! 짧은 은발, 빨간 반바지, 흰색 민소매 셔츠를 입은 젊은 백인여자가 내달린다. 양손으로 해머 자루를 잡고 강당의 중앙통로를 달려오는 그녀를 시위 진압복과 몽둥이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뒤쫓는다. 시민들은 긴 의자에 줄지어 앉아 전방의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에 확대된 ‘빅 브라더’의 큰 얼굴이 최면을 걸듯이 말한다. “정화된 정보의 지향…순수한 이상의 정원…반역적 생각을 일으키는 해충으로부터 보호…생각의 통일…우리는 한 사람, 한 뜻, 한 해결책…적들은 혼란과 두려움에 떨고, 우린 그들을 매장할 것이다. 통일이다!” 라는 순간 여자투사가 투척한 해머가 스크린을 작렬시킨다.

2019 July 운명은 거스르는 자에게 굴복할까?

 

한 선배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당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객은 바람나기 직전의 연인이다.” 아마도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에 절실함과 성실함이 요구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듯싶다. 영업사원 시절에 고객이 경쟁사에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선배의 설명이 오래 기억되었다. 이렇게 유사한 속성을 암시하기 위해‘A’를 ‘B’로 대치하는 표현방식을 문학에서는 메타포(metaphor, 은유) 용법이라 부른다.

생각을 전달할 때 이해하기 쉽도록 메타포를 적절히 섞어 설명한다면, 메시지가 가진 개념의 본질을 깊이 생각한 사람이다. 대개의 경우 깊은 고찰이 없다면, 그럴듯한 은유 표현은 섣불리 생각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은유에 남다른 실력을 가졌다. 그들은 은유적 표현으로 삶과 자연의 시를 쓰고, 독자들은 이를 해석하며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그러나 은유법은 시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2019 June 리좀(Rhizome)과 클라우드

 

십년 전에 재미있게 시청한 우리나라 첩보액션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 제목이 안구의 홍채 혹은 무지개를의미한다는 ‘아이리스’였다. 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되는 한 장면이 있다. 극의 등장인물 중 첩보기관의 팀장이 부하에게 소리쳤다. “누가 생각하라고 했어! 시키는대로 해!” 이러한 대사의 맥락을 IT업계의 시스템 아키텍처에 견주어 보고 싶어졌다. 이러한  일방적 명령은 전형적인 메인프레임/더미 단말기식 의사소통이다.  1980, 90년대의 주력 시스템인 대형 컴퓨터는 모든 논리연산 처리를 중앙의 메인프레임에서 처리했다. 단말기는 키보드 입력에 사용하거나 처리된 정보를 단지 모니터 상에 표출하기만 했다. 80컬럼의 글자가 단말기에 뿌려질 뿐, 작동하는 계산 로직이 단말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IT업계에서는 ‘바보’라는 말을단말기 앞에 붙였다.  ‘더미 터미널(dummy terminal) ’이 그것이다.

2019 Apr 정부실패, 시장실패, 기업실패의 해법

 

“성공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길거리의 아무나 잡고 이렇게 물어보자! 아마도 열에 아홉은 ‘실패’라고 답할 것 같다. 만번의 실패가 아니라 ‘만번의 효과없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토마스 에디슨. 누군가 꾸며낸 말이라고 하지만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다는 나폴레옹 같은 위인은 아마도 다른 반대어를 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스타트업 벤처에서는 극명하게 바뀐다. 스타트업의 방법론인 ‘린 개발 사이클’에서는 창업의 궁극적 목표는 ‘실패를 통한 학습경험’에 있다고 강조된다. 즉,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꾸준히 구매하는 혁신 제품과 참신한 서비스를 찾아내는 일이 창업의 핵심이라 간주한다. 학습이 완성되면 벤처의 딱지를 떼고 일반기업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므로 벤처 기업가에게 ‘성공의 반댓말은 실패가 아니고 학습’ 일 수 있다.

 

 

2018 Dec 책임과 책무

 

큰 실수를 저지른 직원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물었더니, “사표를 내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옮길 직장도 정하지 않고, 사표를 내는 일을 큰 형벌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오너도 아닌 직원이 이렇게‘사표로서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일은 엎질러진 물을 그릇 안에 도로 담겠다는 말처럼 부질없다. 회사를 스스로 떠나는 행위는 사적 처벌일 뿐이다. 벌어진 문제를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남겨두었으니, 떠나면서 ‘책임졌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전문 직장인으로서 진정 책임지는 자세는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회사의 공정한 심판을 기다리는 태도가 옳다. 실패를 직원의 학습 투자로 간주할 지, 징계가 필요할 지 여부는 조직이 이치에 맞게 정할 일이다. 회사의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가서 거취를 결정하면 된다. 기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더욱 위험에 노출되고 실수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바닥부터 성공한 경영자라면 이를 잘 알고 있다. 실수를 통해 역량이 더욱 향상된 귀한 인적 자원을 책임지라고 내보내기만 하는 경영자는 역사의식이 없는 졸렬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2018 Sept  넘사벽과 홀라크라시

 

 

중세 유럽은 세상을 신의 공간, 천사의 공간, 인간의 공간으로 구분하는 3단계 우주관을 가졌다. 신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아 철학과 신학의 합일을 도모한 스콜라 철학자들이 만든 생각이다. 이러한 멘탈모델은 중세 사회에 그대로 투영되어 교회 집단, 귀족 집단, 농노 집단으로 구성된 3단계 봉건적 서열 시스템의 모태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콜라 철학자들은 사람의 몸까지 혼이 머무르는 머리, 명예를 지키는 가슴, 끼니를 책임지는 배(장)의 순서로 3단계 서열을 매겼다.

 

   중세시대의 농노는 높은 성체에 사는 영주와 동떨어진 낮은 공간에 살았다. 성벽 뿐만 아니라 기울어진 경사가 귀족과 평민의 생활공간을 갈라놓았다. 어떤 평민은 죽는 날까지 영주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죽기도 했을 것이다. 현대세계에는 계층간의 물리적 성벽은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다. 넘을 수 없는 제4의 벽이란 뜻이다. 이말은 연극무대에서 유래되었다. 연극 무대는 뒤 삼면이 막혀있고, 제4면인 관객 쪽에만 열려있다. 관객들이 말똥말똥 바라보아도 배우들은 태연하게 관객이 없는 듯이 연기한다. 뚫려 있지만 가상의 벽이 존재하는 양 행동하니 이를 디드로(Denis Diderot)가 “제4의 벽”이라 불렀다. 

 

2018 Apr  유령주식 이슈, 프로세스 거버넌스가 답이다

지난 4월 6일 삼성증권의 한 직원은 우리사주조합의 주당 배당 금액 입력 필드에 1000원 대신에 1000주를 입력했다. 그 결과, 28억의 현금배당 대신에 112조원 어치의 유가증권이 내부직원에게 배당되는 대형사고가 발생되었다. 이 금액은 삼성증권 시가총액의 30배를 넘어서는 금액이고, 법으로 허용된 발행 가능 주식의 23.6배라고 한다. 몇몇 직원은 있지도 않은 유령주식 501만3000주를 공매도 하였다. 이로 인하여 삼성증권은 수백억원의 재무적 손실은 물론, 기업 신인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었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이 사건을 보고 “전산상 심각한 오류가 드러났다”고 촌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문제 발생의 본질을 호도한다. IT는 잘못된 데이터 입력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사전에 짜인 프로그램대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다. 입력값이 1000원이던, 1000주이던 컴퓨터 로직 상에서는 오류가 없었기 때문에 처리된 것이다. 그러므로, 위의 표현은 전산이라는 단어 대신에 “프로세스 상의 심각한 오류가 드러났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2017 Nov  합리와 감성의 리더십

 

 

군대에 있을 때 얻은 창피한 트라우마가 있다. 가장 힘든 일명 말호봉의 때의 일이다. 폭력이 일상이 된 군대생활에서 선임의 구타를 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고참들은 식기가 깨끗하지 않다는 둥 자기 빨래를 찾아내라는 둥 하찮은 일로 트집을 잡았다.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궁색한 내 변명 때문에 선임 밑의 부하들은 같이 고초를 겪어야 했다.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려운 상황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드러나게 만든다.” 는 깨우침을 얻었다. 겁내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왔다고 자신했지만 작은 시련에도 나약해지는 섣부른 자만심의 속살이 보였다.

군종 신부를 찾았다. 안수기도를 받으니 신기하게 폭력이 두렵지 않았다. 그다음 부터 “제가 그랬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맞섰다. 선임은 가슴팍을 치려던 주먹을 내려놓으며 “다음부터 잘해!”라 말했다. 거짓말 할 줄 알았던 내가 솔직하게 말하니 오히려 당황하는 듯 했다. 그 사건 이후에 괴롭히던 선임과 친해지게 되었다.

 

2017 Apri  사명, 미션, 핵심가치와 오컴의 면도칼

 

 

  영미 문화권에서 ‘오컴의 면도칼(Ockham’s Razor)’이라는 말이 있다.  14세기 런던 근교 오컴지역의  윌리엄 수도사가 자신의 책에 언급한 개념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복수의 주장이 모두 그럴 듯하다면, 가장 단순한 설명이 좋은 해답’이라는 뜻을 상징한다. 700년 전의 말이 여전히 의미있음은 현대에도 오컴의 면도칼이 발라내야 할 군더더기 가설이 많다는 뜻이다. 홈페이지의 기업 소개를 검토하면 앞부분에 반드시 기업의 사명, 비전, 핵심가치가 설명 된다. 세가지 키워드는 늘 같이 움직인다. 사명, 비전, 핵심가치는 기업의 성격을 설명해 주는 키워드 임에도, 그 내용이 장황하고 엇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각 키워드의 개념합의가 사회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때문이라 생각한다. 오늘 이 세가지 키워드에 대하여 오컴의 면도칼을 들이대 보고자 한다.

 미션(사명): 기업의 존재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사람이 태어난 이유와 같이 기업이 세상에 “설립된(태어난) 이유”가 사명이다. 사명감이 투철한 조직(기업)은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미션이나 사명이 사익의 추구를 넘어, 공익성을 내포할 때 조직원의 충성심과 단결심, 고객의 충성도를 모으는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미션은 대개 시간개념은 포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션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션이 완성을 향해 무한히 수렴할 수는 있을 지라도 완결에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잘 표현된 미션이다. 단기간에 완성될 미션은 프로젝트의 특성을 가지기에 영속을 지향하는 회사의 미션으로는 적정하지 않다. 미션이 달성되었다면 회사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사는 부단히 미션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 미션을 재정의하는 일은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정의하는 일과 같다. 

 

2017 Feb AI시대 성공법칙 - 고귀하게 생각하라

 

 

  미국의 짐 콜린스는 경영이론 관련 베스트셀러 책을 여러 권 쓴 유명 작가이다. 그는 새로 책을 발간할 때마다 머릿말에 과학적 실증연구를 통해 기업의 성공요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좋은 기업(Built to last),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 그리고 망한 기업(How the mighty fall)에 관한 책을 썼다.

 

(콜린스의 책들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제목으로 국내 번역됐다.)

 

하지만 콜린스가 성공하고 위대하며 망하지 않는 방법의 증거로 제시한 여러 기업들은 대부분 망했다.

 

첫번째 책 출간 후 27년이 지난 뒤 그가 출간한 마지믹 책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은 운 좋은 기업들의 성공 이야기이다. 기업의 성공이 결국 '운'이라니, 30년간 그의 메시지에 매료됐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황당한 결론이다. 학자들도 '운'의 성공 영향도를 연구해야할 지 고민한 듯 하다. 국내 유명대학의 어떤 교수는 기업 성공요인의 45% 정도는 운이라는 어려운 계산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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