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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FEB. 생산성의 역설

요즈음 미디어를 보면 온 세상이 AI 세계가 된 듯하다. 특히 작년 4분기에 출시된 인공지능 솔루션 ‘chatGPT’ 웹에 들어가면, 컴퓨터가 상황에 맞는 편지도 완벽하게 제시해 주며, 원하는 알고리즘 코드도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후배 CEO의 말을 들으니 만든 코드 품질이 평균 개발자 이상이라고 한다. 이미 인공지능이 만든 우리말 책이 출판되었고, 주제에 맞는 삽화를 그리거나, 게임 캐릭터도 그려준다. 짧지만 동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수준이다. 정말 놀라운 진보이다. 일론 머스크가 예언했 듯이 2025년경에 인류를 초월하는 지성이 도래할 것이라는 ‘싱귤레러티’의 세상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어느 시대이건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소개되면, 솔루션 업체는 ROI(투자대비효과)에 대한 높은 생산성의 기대를 갖도록 부축인다. 1970년 80년대의 MIS, 생산관리, 1990년의 CAD/CAM, 공장자동화, 전략정보시스템, 2000년대의 GIS, ERP바람은 물론 최근의 빅데이터, Cloud, IOT, AI에 이르기까지 정보기술의 투자는 언제나 의사결정권자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한다.

그러나 경영의 세계에는 '생산성의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는 말이 있다. 정보기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산업사회 전반의 성장과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정보기술투자와 생산성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2022 Dec. 빙산모델과 도룡뇽알

경영학에 사일로 씽킹(silo think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말단직원부터 부문장에 이르기까지 타 부서와의 협력이나 고객만족 보다는 자신이 속한 부서(silo)의 이익만 쫓는 사고체계를 말한다. 세포가 분열하듯이 조직이 분화되면 사일로 씽킹은 예외가 없이 발생한다. 이를 직선형 사고(linear thinking)라고도 하는데, 조직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말해진다. 심리학의 수평사고(lateral thinking)와 수직사고(vertical thinking)와는 다른 말이다.

그러나 사일로 씽킹이 항상 문제는 아니다. 상명하달 일사 분란해야 하는 경영환경에서는 가장 최적화된 사고방식이며, 구성원의 전문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싸이로 씽킹은 시간으로나 공간으로나 시야를 넓혀야만 보이는 맥락관점을 간과하기 쉬워서 이슈가 된다.

부서의 이익을 도모한 당장의 행위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시간대를 길게 확장해야 보인다. 또한 한 곳에서 벌어진 사건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파만파 어떤 결과를 유발할지는 공간을 확장해야 알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의 활동이 미래의 시간에 어떻게 전개될지, 확장된 환경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길고 넓게 예측하여 행동하는 맥락적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사일로 씽킹과 대비되는 통 큰 사고체계를 경영학에서는 시스템 사고라 부른다.

2022 Oct. 유틸리티 산업과 카카오톡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 '로마인이야기' 제10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의 도로, 수로(aqueduct)와 같은 구조물을 다룬다. 로마는 BC 312년 이후 수백 년 동안 11개의 수로를 건설하여 물을 공급했다. 최장 91km 떨어진 수원지로부터 중력의 힘으로 로마 외곽에 도달한 물은 배수시설을 통하여, 황제가 후원하는 공중 목욕탕 및 개인 저택에 유료로 제공됐고,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수대와 공동 취수장에 언제나 풍부한 물이 무료로 공급됐다고 한다.

이런 수로와 같은 편의시설(amenities facility)을 서양에서는 유틸리티(utility)라 부른다. 유틸리티의 어원 utilitas 는 ‘공익적으로 유익하게 쓰이는 것’을 말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 철학의 어원이기도 한다. 도로와 수도에서 시작한 유틸리티 산업은 신기술의 발전으로 가스, 전기, 철도, 통신 등으로 그 범위가 더욱 확장되었다.

유틸리티는 하나의 편의서비스(전기, 가스, 수도, 열수, 하수)를 반영구적인 전송설비(전선, 파이프 등)를 통해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특성을 가진다. 때때로 유틸리티와 에너지는 같은 산업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은 생산된 전기, 가스를 유틸리티 사업 파트너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유틸리티 사업은 생명체의 대사작용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물(수도)과 에너지원(전기, 가스)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노폐물(하수)의 배출이 원활해야 한다. 한편 인간집단의 경우는 통신과 이동 인프라(도로망, 철도망)가 더해져 유틸리티 산업이 된다.

2022 Aug. 트위터, 운명의 5%

지난 7월 8일, 일론 머스크는 4월 25일에 맺은 트위터 인수계약을 취소했다. 머스크와 그의 재정자문인 모건 스탠리 측이 합리적인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요청한 자료를 트위터가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트위터는 계약이행을 강제하려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이슈는 가짜 및 스팸계정이 5% 미만이라는 트위터의 발표내용에 있다. 그러나 미국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트위터의 공시 내용과 머스크 측 법률대리인의 편지를 검토해 보면, 트위터가 더 어려운 법문제에 얽혀 있는 듯하다.

 

먼저 머스크 측 변호인의 주장을 보자. 주된 줄거리는 ‘합병계약을 체결한 이후 2달 동안 수차례(5/9, 5/19, 5/25, 6/6, 6/17, 6/29)에 걸쳐서 가짜 및 스팸계정의 정보를 요구했으나, 트위터 측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이에 부응하지 않았다. 이것은 합병계약의 완성을 위한 머스크의 재정계획 수립에 심대한(material) 결손을 유발시키는 행위’라는 말이다. 

2022 June. 8초 디지털 메뚜기

어린 아들은 아기 때 깔고 자던 1 미터 남짓의 파란 담요를 방마다 질질 끌고 돌아다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다 헤진 그 담요를 덮어야 잠에 들었다. 찰스 먼로 슐츠(Charles Monroe Schulz)의 만화 피너츠(Peanuts)에 등장하는 꼬마 ‘라이너스”의 행동이 꼭 그러하다. ‘라이너스의 담요’라 불리는 이것을 심리학자들은 안전담요(security blanket)라고 부른다.

 

애착(attachment)에 관한 1958년 해리 할로우(Harry Frederick Harlow)의 실험은 유명하다. 아기 원숭이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대리모에 대한 대조실험이다. 가슴에 젖병을 가졌지만 차가운 철사 몸체를 가진  대리모 인형과 먹을 것은 없지만 부드러운 담요 천으로 몸을 감싼 대리모 사이에서 아기 원숭이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65여년 전의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이렇다. 어린 영장류는 먹을 것을 주는 금속 엄마 보다도, 심리적 안정을 주는 담요 엄마에게 더욱 큰 애착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서적 연대의 강화에 스킨십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일이다. 그러나 애착이 집착이 되는 것이 문제이다. 영장류는 중독된 사물과 떨어지면 분리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2022 May. 이어령의 눈물방울

컴퓨터 저장 용량에 대하여 말하던 중 동료가 말했다. “미국에서 엄청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무한대의 저장장치가 나왔대요!” 내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그런 저장장치가 있어요?”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직 못쓰고 있대요. 지난 수개월 동안 포맷팅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른대요!” 아뿔싸! 낚였다. 무한의 개념세계와 구현기술의 유한함을 풍자한 유머로 생각된다.

수십년이 지난 예전 일이 생각났다. 이미 판매가 시작된 중형서버를 본사에서 갑자기 영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1’을 ‘3’으로 나누고, 다시 ‘3’을 곱하면 ‘1’이 안 나오고 0.9999999…의 무한소수로 처리하는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이유이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계산을 컴퓨터는 원래 이렇게 처리한다. 사람들이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버 플로우 방지 알고리즘이 작동하여 “1”로 바꿔 주기 때문이다.

원주율도 마찬가지다. 3.14…로 무한하게 이어지는 원주율의 계산은 기원전 3세기 아르키메데스가 시작하여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의 계산은 2021년 8월 17일 스위스의 슈퍼컴퓨터로 108일 가량 계산한 결과, 62조 8318억5307만1796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 의도를 가지고 자릿수를 끊어주지 않는다면 원주율이 들어간 공식의 계산은 영원토록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합리성은 무한의 속성을 유한한 것으로 바꾸어 주는 결정과 통한다.

2022 FEB. 초월적 인간능력학 개론

2019년 10월말 네팔의 한 젊은이가 전세계 산악인을 놀라게 했다. 그의 이름은 니르말 푸르자(NIRMAL PURJA). 세계적으로 용맹하기로 이름난 네팔의 용병 구르카(GURKHA) 출신이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형들을 따라 용병의 길을 선택하였고, 영국군 특수부대의 멤버로서 몇 년만 더 근무하면 연금을 받을 좋은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돌연 제대를 하고 PROJECT POSSIBLE 14/7이라는 등반계획을 짠다. 

푸르자가 위대한 것은 프로젝트 이름처럼 단 7개월이 안되어 8천미터급 14봉을 모두 등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 푸르자 이전의 최단 기록은 故 김창호님의 7년 10개월 6일이었다. 목숨을 바쳐 도움을 주고도 백인의 이름에 가려 잊힌 네팔 셀파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도전했다고 한다. 그를 보면 도대체 인간 능력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다.

때때로 후배가 경력개발에 대한 조언을 청할 때가 있다. 이 경우 내가 자주 들먹이는 키워드는 정체성(IDENTITY), 지배가치(GOVERNING VALUE), 능력, 역량, 지식 그리고 스킬과 같은 말이다. 정체성은 지배가치(혹은 지배원칙)와 통하는 단어로서 이것이 분명치 않으면 장기적 경력개발의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인생을 항해로 비유해 본다면, 배에서의 나의 역할이 정체성이고, 배가 향하는 방향이나 목적지가 지배원칙이 된다. 정체성이나 지배가치는 모두 상황 속에서 형성되는 관념이다. 미약한 정체성이나 다수의 정체성은 삶을 혼란으로 내몰아가겠지만, 지배가치는 여럿 가질 수 있고 가치별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 그 다음 용어인 능력, 역량, 지식, 스킬의 경우는 뜻이 엇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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