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밑줄 친 칼럼 제목 타이틀을 클릭하면 칼럼 전문을 볼수 있습니다.  

2022 May. 이어령의 눈물방울

컴퓨터 저장 용량에 대하여 말하던 중 동료가 말했다. “미국에서 엄청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무한대의 저장장치가 나왔대요!” 내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그런 저장장치가 있어요?”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직 못쓰고 있대요. 지난 수개월 동안 포맷팅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른대요!” 아뿔싸! 낚였다. 무한의 개념세계와 구현기술의 유한함을 풍자한 유머로 생각된다.

수십년이 지난 예전 일이 생각났다. 이미 판매가 시작된 중형서버를 본사에서 갑자기 영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1’을 ‘3’으로 나누고, 다시 ‘3’을 곱하면 ‘1’이 안 나오고 0.9999999…의 무한소수로 처리하는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이유이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계산을 컴퓨터는 원래 이렇게 처리한다. 사람들이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버 플로우 방지 알고리즘이 작동하여 “1”로 바꿔 주기 때문이다.

원주율도 마찬가지다. 3.14…로 무한하게 이어지는 원주율의 계산은 기원전 3세기 아르키메데스가 시작하여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의 계산은 2021년 8월 17일 스위스의 슈퍼컴퓨터로 108일 가량 계산한 결과, 62조 8318억5307만1796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 의도를 가지고 자릿수를 끊어주지 않는다면 원주율이 들어간 공식의 계산은 영원토록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합리성은 무한의 속성을 유한한 것으로 바꾸어 주는 결정과 통한다.

2022 FEB. 초월적 인간능력학 개론

2019년 10월말 네팔의 한 젊은이가 전세계 산악인을 놀라게 했다. 그의 이름은 니르말 푸르자(NIRMAL PURJA). 세계적으로 용맹하기로 이름난 네팔의 용병 구르카(GURKHA) 출신이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형들을 따라 용병의 길을 선택하였고, 영국군 특수부대의 멤버로서 몇 년만 더 근무하면 연금을 받을 좋은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돌연 제대를 하고 PROJECT POSSIBLE 14/7이라는 등반계획을 짠다. 

푸르자가 위대한 것은 프로젝트 이름처럼 단 7개월이 안되어 8천미터급 14봉을 모두 등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 푸르자 이전의 최단 기록은 故 김창호님의 7년 10개월 6일이었다. 목숨을 바쳐 도움을 주고도 백인의 이름에 가려 잊힌 네팔 셀파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도전했다고 한다. 그를 보면 도대체 인간 능력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다.

때때로 후배가 경력개발에 대한 조언을 청할 때가 있다. 이 경우 내가 자주 들먹이는 키워드는 정체성(IDENTITY), 지배가치(GOVERNING VALUE), 능력, 역량, 지식 그리고 스킬과 같은 말이다. 정체성은 지배가치(혹은 지배원칙)와 통하는 단어로서 이것이 분명치 않으면 장기적 경력개발의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인생을 항해로 비유해 본다면, 배에서의 나의 역할이 정체성이고, 배가 향하는 방향이나 목적지가 지배원칙이 된다. 정체성이나 지배가치는 모두 상황 속에서 형성되는 관념이다. 미약한 정체성이나 다수의 정체성은 삶을 혼란으로 내몰아가겠지만, 지배가치는 여럿 가질 수 있고 가치별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 그 다음 용어인 능력, 역량, 지식, 스킬의 경우는 뜻이 엇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